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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영국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시대별로 고찰해보면, 그 관계가 18세기말에 가장 밀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. 당시에는 교통이 영국 내 각 지역을 하나의 통일된 사회로 묶어줄 만큼 발달했지만, 스코틀랜드·잉글랜드·웨일스·아일랜드 각 지방은 물론, 특정지역들에 대한 주민들의 소속감을 파괴시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.

여러 세대에 걸친 지역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에서 획득할 수 있게 되었으며, 또한 여러 세대에 걸쳐 사용된 언어들은 각 지역에서 통용되는 표준어나 방언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.

이제 각 지역의 특색이 활짝 꽃피던 전성기는 지났지만 지금도 그 특색은 남아 있습니다. 영국 내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관계에 있는 하일랜즈 스코틀랜드인과 로랜즈 스코틀랜드인뿐만 아니라, 북아일랜드인·스코틀랜드인·웨일스인·콘월인 등 각자가 갖고 있는 자기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이들 각 지역의 지리적 특성만큼이나 뚜렷합니다.

 

영국은 각기 독특한 전통을 지닌 8개의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.

 

① 현재의 노섬벌랜드·더럼·컴브리아·타인위어·클리블랜드 주를 포함하는 노스컨트리(North Country) 지역은 5세기 중엽에서 6세기말 사이에 앵글로색슨족이 정착한 이래로 앵글족이 지배하는 노섬브리아 왕국의 중심부가 되었습니다. 이 지역은 이후 수세기 동안 스코틀랜드와의 국경분쟁을 치렀으며, 그 과정에서 지역전통과 민속이 강화되었습니다.

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풍부한 석탄과 철 매장량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, 이것이 이후 이 지역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전통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. 1974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마침내 이 지역과 분리된 요크셔 주는 로마 시대 이래 여러 형태로 노스컨트리 지방의 일부를 이루었는데, 이런 유대관계는 덴마크인들이 지배하는 요크 왕국이 된 이후로 1641년(튜더 왕조 당시 잉글랜드 코먼 로의 공정한 집행을 위해 설립된 국왕대권재판소인 북부지방법원이 해체된 해)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.

이전에는 웨스트라이딩으로 불렸던 요크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모직물 산업의 발전으로 이 주의 농촌경제에 중대한 변화들이 생긴데다 자연경관이 다른데도 요크셔 주민들은 여전히 이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있습니다.

 

② 페나인 산맥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랭커스터 지역은 산업혁명 이전의 어느 때부터 지역적 특성을 강하게 갖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. 현재 랭커스터는 이 지역만의 전통·방언·특성을 갖고 있으며, 이같은 독자성은 이 지역 주민들이 오랜 세월 동안 면직물 산업에 종사한 것에서 기인합니다.

 

③ 잉글랜드의 미들랜즈는 크게 두 지역, 즉 웨스트미들랜즈와 이스트미들랜즈로 나뉩니다. 웨스트미들랜즈 지역은 버밍엄이 중심지로 부상한 이래 지역성이 훨씬 더 강해졌고, 이스트미들랜즈 지역은 물리적·역사적 연대감은 강한 반면 경제적 연대감은 다소 약한 편 입니다.

 

④ 노퍽·서퍽·케임브리지셔 주와 엘리 섬 지역은 과거 이스트앵글리아 왕국이 있던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. 이곳은 주로 농촌지역으로 런던을 중심으로 한 잉글랜드 남동부와는 현저한 대조를 보입니다.

 

⑤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은 인구 규모와 밀도에 있어 잉글랜드 내에서 가장 큰 지역입니다.

 

⑥ 웨식스 지역은 영국의 작가 토머스 하디의 작품들에서 생생히 표현된 바와 같이 지역성과 애국심이 강한 지역으로, 햄프셔 구릉지대가 그 중심지입니다.

 

⑦ 세번 강 어귀의 동쪽 지역은 서머싯 평원과 함께 잉글랜드 서부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, 이곳의 중심지는 브리스틀 시로 여겨집니다.

 

⑧ 세번 강 어귀의 양안 지역은 전국적 규모의 고속 자동차도로망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세번 다리가 완공된 이후 세번사이드라는 한 단위의 지역으로 통합되어가고 있습니다.

 

 어떤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도시화가 잘 된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데, 이는 도시가 이 나라의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단위이자 더 나아가서는 국토의 효율적 세분단위가 되기 때문입니다. 주거 형태의 가장 큰 변화는 초기 산업발전 시기에 대규모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났고,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뒤를 이어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도시화되었습니다.

 

 영국 인구의 어느나라와 비슷하게 약 80%는 도시에 살고 있으며, 그중 40%는 8개의 주요집합도시, 즉 대도시권 중 하나에 살고 있습니다. 영국에서 가장 큰 대도시권은 수도인 런던으로 항구도시이자 최대의 산업 중심지이며, 가장 중요한 사무 중심지이기도 합니다.